
지난 2월4일부터 6일까지 킨텍스에서 진행된 코리아빌드위크 행사의 컨퍼런스로 ‘패시브건축포럼’이 열렸다.
패시브건축은 단순한 건축기술을 넘어 삶의 방식을 재설계하는 건축으로 평가받는다. 사람에게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공간을 구현하고자 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에너지절약과 쾌적한 실내환경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회장 최정만)는 결로 발생과 에너지낭비라는 기존 건축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며 에너지절약 설계기법을 적용한 패시브건축물의 대중적 보급을 목표로 설립됐다.
설계·시공·사후관리 등 각 분야 전문가그룹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전 과정에 걸친 품질검증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150여개 회원사와 함께 고효율 건축물 확산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수행 중이다.
패시브협회가 운영하는 패시브건축물 인증제도는 국내 기후와 주거환경을 반영한 기준을 제시하며 신뢰성을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해당 인증을 통해 재실자의 쾌적성을 확보하고 하자를 예방함과 동시에 저에너지 건축물로서의 품질을 검증받은 건축물은 실내환경 개선과 에너지비용의 획기적인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패시브협회는 R&D와 민간 학술용역을 통해 실제 주거환경에서 발생하는 난제를 해결하고 있다. 최적화된 설계방안 도출은 물론, 기존 건축물의 성능을 혁신하는 △그린리모델링(GR) △건물일체형태양광(BIPV) △스마트팜 등 미래형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국제적 신뢰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패시브협회는 KOLAS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서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건축물 기밀성능 현장 측정을 객관적이고 정확한 방식으로 검증하며 공인성적서를 발급하고 있다.
패시브건축의 미래는 교육에서 시작된다는 인식 아래 협회는 전문인력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론부터 실무까지 아우르는 심화 교육과정을 통해 실무자의 전문성을 완성하며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자재 세미나 등을 통해 건강한 건축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해 협회인증을 통해 패시브건축의 가치를 확인한 배재환 예일메디텍고등학교 교장은 축사를 통해 “패시브건축이 국내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패시브건축협회와 건축 관계자와 회원사들의 헌신 덕분”이라며 “패시브건축에는 건강, 하자 문제, 친환경·저탄소 건축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원형 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조합장은 “협회는 좋은 건축과 건강한 건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라며 “시공과정에서 발생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하자를 해결하기 위해 패시브건축협회를 알게 돼 과학적 기술과 엔지니어링 기반의 접근방식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에서 알게된 내용을 기반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지 3개소에 대해 온·습도 데이터기반 컨설팅을 진행했다”라며 “패시브아파트 인증을 위한 외단열 컨설팅계약과 실무자교육을 통해 이해도와 기술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원형 조합장은 이어 “국내 최초 목조아파트 추진과정에서 기후 부적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라며 "협회를 통해 충분히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건전한 건축, 건강한 아파트라는 패시브건축의 가치관에 깊이 공감한다"라며 "앞으로도 상호협력해 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감사패·PHIKO 건축상 시상식 성료

행사에서는 패시브건축 확산에 기여한 단체를 대상으로 감사패 수여식도 함께 진행돼 △아키현건축사사무소 △플랜트리 △스타빌엔지니어링 등이 각각 감사패를 받았다.
이어 PHIKO 건축상 시상식이 열렸다. PHIKO 건축상은 패시브건축 철학을 충실히 구현하고, 성능·완성도·확산 가능성 측면에서 우수성을 입증한 건축물을 대상으로 수여되는 상이다.

주거부문에서는 경기도 가평 ‘부연집’이 2등을 차지했으며 1등은 경기도 양평 ‘단단집’이 선정됐다.
김민 알도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경험담 발표를 통해 “단단집은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연면적 약 330m²(100평) 규모의 주택으로 시공기간은 1년 2개월이 소요됐다”라며 “패시브건축물 감리 과정에서 약 20여가지의 설계·시공 수정이 이뤄졌으며 최종적으로 우수한 기밀성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비주거부문에서는 리틀빅키즈 어린이체험관이 2등을, 예일메디텍고등학교 여학생기숙사(에스더관)가 1등을 수상했다.
배재환 예일메디텍고등학교 교장은 수기 공유를 통해 “설계자와 감리자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가 패시브 실무자 교육 40시간을 이수했다”라며 “성능확보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예산을 집중 투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패시브건축 6대요소인 고기밀·고단열·고성능 창호·열교 차단·열회수 환기장치 구현을 위해 세부 시공단계에서 철저한 관리가 이뤄졌다”라며 “창호는 기밀테이프를 적용해 구조체에 장착한 뒤 폴리머로 마감했으며 PVC 감봉을 활용해 열교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배재환 교장은 이어 “천정형과 바닥거치형 전열교환기를 병행 설치하고 헤파필터를 적용해 외부 덕트의 누기까지 차단했다”라며 “설비·단열·기밀이 미흡한 부분은 재시공을 거쳐 내·외부 모두에서 기밀을 확보했으며 에어컨 배관과 전기설비 관통부 역시 실리콘과 기밀테이프를 활용해 외기 유입을 차단했고 단열재는 8주 이상 숙성된 비드법 단열재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기질 검사 결과 1층 CO₂ 농도는 974ppm으로 기준에 적합했으며 2층은 1,393ppm으로 측정됐다”라며 “학생 수가 많은 교실의 경우 2,244ppm까지 상승했으나 산불 이후 실외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의 약 5배에 달했던 상황에서도 기숙사는 전열교환기와 헤파필터 적용으로 가장 낮은 농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배 교장은 “전열교환기 헤파필터의 효과가 명확히 확인됐다”라며 “학교 측은 2028년 제로에너지(패시브) 건축 관련 학과 개설도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리모델링부문 대상은 음성군 주천리 마을회관이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음성군 농업·농촌 RE100 실증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에너지절감형 리모델링 프로젝트로, 에너지비용 부담 증가와 노후 시설의 성능 한계, 리모델링 중심 구현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루안건축사사무소는 열교 보완을 중심으로 고효율 창호시스템 도입과 에너지성능 개선을 수행했다. 경로당과 마을회관은 주거공간과 유사한 특성으로 냉난방 에너지소비가 많으며 상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연간 에너지비용 증가가 지자체 재정 부담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패시브설계를 통해 경제성과 에너지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은소 이루안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설계후기를 통해 “패시브 리모델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불법증축으로 인한 열교 파괴”라며 “식사중심 공간특성상 보일러실·식품창고·주방 등이 증설되면서 설비관통부가 늘어났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공간 기능 변화와 입식 생활 전환에 대한 설득 과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패시브 전략의 중요성이 재확인됐으며 총 공사비 7억원 범위 내에서 사업규모를 재검토했다”라며 “태양광 8kW를 설치하며 외단열 마감 열관류율은 0.24W/m²·K 이하로 설계했고 창호는 기밀성 1등급 이하, 유리 열관류율 0.55W/m²·K, 프레임 0.98W/m²·K 수준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은소 소장은 이어 “조명은 고효율 인증 LED로 교체하고 관통부에는 기밀테이프와 패드를 적용했으며 냉난방설비 역시 1등급 제품을 도입했다”라며 “1층 불법 보일러실을 철거하고 2층 미사용실에 보일러를 집중 배치해 열손실과 기밀 저하 요소를 제거했으며 불필요한 칸막이를 철거해 열교를 줄이고 공기 흐름을 개선했을 뿐만 아니라 지붕성능 개선을 통해 하부 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결과 인증이후 실시한 테스트에서 4.9L의 기밀성능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協 교육, 이론·실제 시공사례 소개

건축상 수여 이후 최정만 패시브협회 회장은 협회 교육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다.
최정만 패시브건축협회 회장은 “해외는 지난 50여년간 현대건축의 디테일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온 반면 국내 건축은 변화 속도가 더뎠다”며 협회 교육의 출발점은 ‘왜 건축환경이 이렇게 달라졌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패시브협회의 실무자교육은 결로와 곰팡이 발생 원인, 구조체 내 수증기 거동, 장기 내구성에 미치는 영향 등 건축 하자의 물리적 원인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방수층의 필요성과 건전한 방수층 형성 방법, 기밀시공 원칙, 열교 발생 원인과 해석 방법, 커튼월 누수와 창호·붙박이장 곰팡이 문제 등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결과’가 아닌 ‘원인’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정만 회장은 “디자인 이야기만으로는 건축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라며 “시공을 이해하지 못한 설계는 결국 하자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교과 과정은 이론과 함께 실제 시공사례를 통해 왜 특정 디테일이 필요하고 어떤 방식이 건전한지를 실무자 관점에서 설명한다.
특히 아스팔트와 건축물 외피의 축열로 인해 여름철 해가 진 뒤에도 도시의 열이 식지 않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장기적 해법으로 ‘그림자를 만드는 도시’ 개념과 역전지붕 구조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 진행된다.
유럽에서 보편화된 자갈 깔린 평지붕(cool roof)은 지붕 온도를 낮출 뿐만 아니라 배수성능과 방수층 수명을 동시에 개선한 대표적 사례다.
최 회장은 “국내 방수 하자의 상당수는 시공문제가 아니라 설계에서 비롯된다”라며 “평지붕 노출방수의 한계, 잘못된 물매 기준, 배관 관통부와 모서리 디테일에서 발생하는 방수 하자 역시 설계 단계에서 이미 예견가능한 문제”고 강조했다.
이어 “패시브건축교육은 특정 공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하는 과정”이라며 “건축가와 실무자가 디테일의 의미를 정확히 인식할 때 비로소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건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패시브협회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실무자 교육을 통해 국내 건축의 품질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계획이다.